아름다운 성탄절 기억
오래전 이야기입니다만, 대학을 다니면서 전공은 심리학이었지만, 부전공으로‘종교학’을 공부했습니다. 일반대학에서 배우는 종교학 공부가 신학교에서 배우는 신학과목들과 비교할 때 미래의 사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열심히 종교학 과목을 수강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Dr. Molloy라는 종교학 교수님이 학기말 페이퍼로 내준 제목이 좀 엉뚱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인 예수가 청년의 모습으로 와이키키 해변에 나타났다고 가정하고 글을 써 보라는 것입니다.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나름대로 성탄절 분위기를 그린 후,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자기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예수님에게 관심을 보이며 나누는 대화들을 추측하면서 글을 써 내려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유스들이나 청년들에게는 성탄절에 관한 어떤 추억거리들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닌 필자의 기억에 비친 성탄절 이야기는 너무 많아 무엇부터 끄집어 내얄지 망설여질 정도입니다. 성탄절 이브 시간에 발표할 찬양과 성극 연습 과정 자체가 소소한 기억거리인 것 같습니다. 학년에 따라 발표할 곡들이 정해졌는데, 우리 학년에 유독 실력파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었던 관계로, 찬양이나 성극에서 주요 역할을 차지하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년주일학교 때는 연습 전후에 나누어 주는 사탕 세 알의 추억이 있고, 학생부 때는 연습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오뎅이나 호떡을 사먹는 재미가 연습만큼이나 즐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예배당 안팎을 장식하는 것도 좋은 기억 중 하나입니다. 주일학교 예배실은 가지가지 색종이를 접고 오리고 풀칠하여 붙이는 가운데,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하던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돌출하는 계절이 바로 성탄절의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가늘고 긴 나무 막대로 프레임을 짜고, 그 위에 습자지를 입힌 후, 성탄 분위기가 나게 초록색 물감으로 잎사귀 몇 개를 그려 넣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다는 붉은 글씨로‘축 성탄’이나‘예수 오셨네’라고 썼습니다. 그렇게 만든 것을 교회 정문 위에다 붙들어 매단 후 그 속에 전구를 밝히면 멋진 크리스마스 장식이 완성된 겁니다. 이와 비슷하지만 작게 만든 성탄 등은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어서, 그 속에 초를 넣어 등을 밝힌 후 ‘새벽송’다닐 때 손전등 대신 사용하였더랬지요.
또 다른 추억은 성탄절 이브를 교회에서 밤을 새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새벽 즈음에 예배당 문을 나서서 싸늘한 밤기운을 맞아가며 성도님들의 가정을 찾아다니던 기억입니다. 찾아간 성도님 집 현관 앞에서 캐롤송을 부르노라면, 우리를 기쁨으로 맞아주며 작은 선물꾸러미를 주시는 성도님들의 따뜻한 영접이 추위에 얼었던 얼굴을 화사한 미소로 바꾸어 주었던 기억입니다.
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