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는 더 기독교적이다?
언젠가‘타임’지 표지에“신은 죽었다?”라는 도발적인 질문이 실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점점 세속주의가 강화되는 듯한 미국 사회의 추세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미국 사회를 보면, 미국에서도 유럽의 다른 선진국처럼 세속주의 경향이 강화되리라던 전망은 다소 섣부른 결론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은 여전히 대단히 종교적인 나라이자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로, 이는 부유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돋보이는 경향입니다.
실제로 권위 있는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 미국인은 캐나다, 호주, 그리고 다른 대부분의 유럽 국가 국민들보다 더 자주 기도하고, 매주 교회를 비롯한 종교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도 많았으며, 자신의 삶에서 신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인 성인의 55%는 매일 기도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수치는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이들이 캐나다 25%, 호주 18%, 영국 6%였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참고로, 유럽 국가들의 평균은 22%였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기도를 많이 하느냐와 국가의 경제력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지만, 어쨌든 매일 기도하는 이들의 비율만 놓고 보면, 미국은 다른 선진국들보다는 오히려 남아프리카공화국(52%), 방글라데시(57%), 볼리비아(56%) 등 경제적으로 궁핍한 개발도상국과 더 비슷합니다.
미국은 조사 대상 102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매일 기도하는 사람의 비율과 부유한 정도(1인당 국내총생산)가 모두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머지 모든 나라는 매일 기도하는 국민의 비율이 40%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경제가 발전하면, 종교적 색채가 옅어지고, 세속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 보통인데, 유독 미국에서만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직까지도 사회과학의 오랜 연구 대상입니다.
미국이 다른 선진국들보다는 훨씬 더 종교적이라고 해도, 서구 국가들 대부분을 휩쓴 세속화의 물결이 미국을 아예 비껴가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인들 가운데 신(하나님)이 있다고 믿는 사람의 숫자는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가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또한, 세대별로 종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40세 이하 미국인들은 40세 이상의 미국인들보다 기도도 덜 하고, 교회 등 종교 행사에도 덜 나갔으며, 종교를 믿는다는 사람도 적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우리 다음 세대들, 그리고 그 다음 세대로 바뀔수록 신앙생활의 색채가 옅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생각됩니다. 이 점을 인식할 때, 우리 자녀들의 신앙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장목사
‘모든 장애우들이 복음을 듣고 행복하게 사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