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를 점령하라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은 아니지만, 금년이 지나고 나면 약간 후회가 될 법도 하여, 서둘러 스케줄을 확인한 후 어려운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김도진목사와 동행한 이번 여행은 강의실에서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개신교의 뿌리와 개혁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그러한 종교개혁의 정신이 아직 내 뇌리 속에 남아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기간이었습니다.
첫 번째 방문지인 쾰른성당을 다 돌아본 후 막 나가려는데, 안내 방송이 나오기를 30분 후에는 미사가 이루어질 테니까 참석할 사람은 의자에 앉아 기다리시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성당을 나가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앉아 있기가 좀 춥기는 하였지만, 이곳에 와서 카톨릭 미사에 참석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30분을 앉아 있으려니, 정각 12시가 되자 우렁찬 파이프올갠이 넓은 대성당을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정기 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성당 정 가운데에 마련된 제단 촛불에 붉은 사제복을 입은 한 사제가 올라가 점화를 하고 나니까, 흰옷을 입은 사제가 미사를 집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독일어로 인도하므로 그 내용은 알아 들을 수 없었으나, 경건하고 또렷한 음성으로, 대부분이 관광객인 청중에게 강론을 이어 갔습니다. 강론을 길지 않았습니다. 약 20분 정도로 미사가 끝이 났습니다.
쾰른성당의 첨탑이 상당히 높게 세워져 있고, 그 꼭대기로 오르면 전망대가 있었습니다. 5 유로의 입장료를 지불하고는 전망대를 올라가는데, 무려 500여 계단이나 되는 나선형 계단을 오르느라 도중에 몇 번이나 쉬면서 결국은 전망대가 있는 꼭대기까지 다 올라갔습니다. 문을 열고 베란다 같은 전망대로 나가자마자 절로 와우-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래에서 볼 때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동서남북으로 돌아가며 펼쳐진 전망을 감상하는데, 온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듯, 땅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록 올라오기까지는 힘도 들고, 땀도 났지만, 만약 이런 놀라운 광경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면, 하는 생각에 미치자 꼭대기까지 올라오느라 수고한 노력이 전혀 아깝지 않은 노력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인생이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쉬운 인생, 지나치며 쉽게 하려는 신앙생활에서는 무엇인들 좋고 귀한 것을 얻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남들이 하기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것을 내가 시도하는 가운데, 힘들고 어려움을 겪게 되더라도, 그런 대가를 지불한 만큼이나, 그 결과는 남들이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아름답고 귀한 부스러기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고지를 점령하는 자에게만 그 수고의 대가가 주어지는 법을 새롭게 깨닫는 여행이었습니다.
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