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인생의 월척
아무래도 가까운 시일 내에 낚시를 한 번 다녀와야겠습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여러 번 동일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목사님 낚시 다녀오신지 오래되셨죠?” 이 말은 낚시 한 번 같이 가자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작년 가을에 다녀 온 후로 낚싯대를 손에 잡은 지가 꽤 오래 된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둘째 형님을 따라 낚시하러 다닌 것이 지금까지 좋아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손맛을 제대로 느꼈기 때문인가 봅니다.
낚시꾼들의 무용담은 그가 잡았던 고기의 크기에 따라 마구 부풀려질 때가 있습니다. 낚시를 한다고 누구나 다 대어(大漁)을 낚는 것은 아닙니다. 밤을 새우고 안간힘을 써도 월척은커녕 피라미 한 마리도 못 잡을 때가 있는가 하면, 어느 날은 생각지도 않게 큰 고기를 건져 올리며 간만에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도 합니다. 낚싯대 끝이 갑자기 아래로 확 휘기 시작하면, 가슴은 쿵쾅거리고 물속에서의 상대와 꾼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집니다. 그렇게 해서 고기를 물 밖으로 건져 올렸을 때의 희열과 승리감은 경험하지 않고는 이해 못할 벅찬 것이 되어, 또 다시 낚싯대를 둘러매게끔 합니다.
낚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낚싯대와 줄은 물론 바늘, 추, 미끼, 칼 등 생각보다 준비할 것들이 많습니다. 낚시 가기 전날은 연장과 도구들을 챙기며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설칠 때도 있습니다. 그런 일련의 낚시의 즐거움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낚싯대만 바라보는 게 무슨 재미냐고 할 테지만, 낚시하는 사람들은 부지런하다 못해 바지런하기 까지 하여 낚시 예찬론자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전도사처럼, 언젠가는 월척을 낚고 말거야! 하는 희망을 가지고 미끼도 갈아주어야 하고, 낚싯대도 새로 던져야 하며, 이 자리에서 안 물면 또 다른 명당자리를 찾아 짐을 싸들고 옮겨 다녀야 합니다.
우리 인생에 어떤 일엔들 대가 없이 즐거움이나 기쁨이 뒤따르겠습니까? 월척은 낚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에도 연애에도 그리고 인생에도 월척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낚시질에서 건져 올린 가장 큰 월척은 무엇입니까? 월척을 낚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준비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나의 정성과 노력과 땀과 시간을 다해 싸우고 흘리며 내가 건져 올린 내 인생 최고의 월척은 무엇입니까?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자가 될 수도 있고, 사업의 성공이 될 수도 있으며, 자녀나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받거나 선물로 주어진 월척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인생의 월척을 낚지 못했다고 한탄할 필요는 없습니다. 월척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잡기 위해 준비하고,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땀을 흘려야 할 일입니다. 혹은 지금의 월척에 자족한다면, 그 월척을 내 몸처럼 소중히 대하며 아낌없는 바라지가 있을 일입니다. 내 인생에서 건져 올린 최고의 월척은 무엇입니까?
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