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지막 순간에 무슨 말을 남길까?
사람이 자신의 운명이 걸린 극단의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그가 어떤 말을 마지막으로 남길 수 있는가는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을 떠날 사람이 남아있는 사람에게 남기는 말이나, 남아 있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줄 수 있는 말 중에 최고의 말은 어떤 말이지를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 그의 인생을 집약하여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 뉴스에서 최고로 관심을 끄는 이슈는 전 서울시장의 죽음에 관한 뉴스입니다. 그는 의문의 짧은 유서를 가족과 지인들에게 남긴 채 시청 청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뒷산 중턱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 그의 인생의 마지막 행보였습니다. 그가 사무실에 남긴 유서에는 짤막하게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내용만 남겨져 있을 뿐입니다. 그가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 왜 그 잘 나가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죽음으로 인생을 마무리해야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차치하고, 그가 마지막 남긴 말에 담긴 뉘앙스는 자못 후회와 회한에 찬 말 그 이상의 것은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 하는 궁금증과 안타까움이 여운 집니다.
반면, 2001년 9월 뉴욕 WTC(세계무역센터) 테러 붕괴참사 현장이나, 피랍 비행기에 타고 있던 희생자들은 사망 또는 실종되기 직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휴대폰을 통해 안타깝지만 참으로 애정 어린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어떤 희생자들은 죽음을 이미 각오한 듯 사랑한다는 말을 되 뇌이며 저 세상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겨 이 소식을 전해들은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다음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희생자들의 마지막 전화통화 내용들 중 몇 가지입니다. “여보 사랑해.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 같아. 근데 나는 아마 살 수 없을 것 같아. 여보 사랑해. 애기들 잘 부탁해...”“내가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어. 여보 정말 당신을 사랑해. 살아서 당신을 다시 봤으면 좋겠어. 안녕”엄마! 나 마크야. 엄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여보!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우리 딸 에이미도 정말 사랑해요. 그 애 좀 잘 돌봐 줘요”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 갈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 많은 말들 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미안해, 죄송해’가 아니라 ‘사랑해’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사랑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인생의 문제와 시름은 덜어지며 사랑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목사
‘모든 장애우들이 복음을 듣고 행복하게 사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