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四旬節)과 재의 수요일(Ash's Wednesday)
가지만 앙상하던 나무에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서, 봄이 가까이 옴을 느낍니다. 그와 함께 우리의 마음도 자연을 닮아 무언가 새로워지고 싶은 갈망이 생겨납니다. 이즈음, 우리는 거룩한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절(Lent)을 맞게 됩니다. 사순절은 부활의 기쁨을 온전하게 체험하려는 신앙여정입니다. 이 절기를 진지하게 지킬 때,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다른 각도로 볼 것입니다.
사순절이란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절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을 말하며, 성도들은 이 기간 동안에 있었던 예수 그리스도의 삶, 십자가의 고난, 죽으심, 그리고 부활 등을 생각하며 자기 절제와 회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고난을 당하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그를 따르는 제자의 도를 훈련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금년에는 재의 수요일인 3월 1일에 시작하여 4월 15일까지가 사순절이 됩니다.
초대 교회 성도들은 이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주님께서 친히 찢기신 살과 흘리신 피를 기념하는 성찬식을 준비하며, 주님이 겪은 수난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항상 금식을 행하곤 하였습니다. 사순절 기간의 금식은 수세기 동안 매우 엄격하게 지켜져 왔습니다. 시기와 장소에 따라 금식의 기간과 그 엄격성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구속 사역을 기리고 하늘나라의 백성 됨을 감사하며, 그 백성 된 자로서의 삶의 자세를 돌이키게 하는 금식 기도는 초대 교회 시대부터 행해졌습니다. 사순절 식사로는 저녁 전에 한 끼 식사만이 허용되었으며, 물고기와 고기 등의 육류는 물론 우유와 달걀로 만든 음식까지도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나 8세기 이후로부터 이 규정은 많이 완화되기 시작하였고, 14세기에는 금식 기도 대신 절식 기도가 행해졌지만, 15세기 이후부터는 정오에 식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종교 관습이 되었고, 저녁 시간에도 간단한 식사가 허용되었습니다.
그 동안 교회는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처럼 화려한 기념행사에는 열과 성을 바쳐왔지만, 사순절과 같이 주님의 고난에 동참함으로 묵상과 침묵을 통해 깊은 영성으로 나아가는 데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교회가 겸손함보다는 화려함을 선호하고 침묵과 명상보다는 찬양과 행사에 열정을 쏟음으로 영적인 깊이가 많이 얇아졌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바라기는, 현대에도 우리가 지킬 수 있는 것들은 지켜가면서, 영성의 깊이를 스스로 세워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순절 기간만이라도, 엔터테인먼트를 좀 절제하며, 화려하게 몸을 치장하는 것이나, 호화 생활 등도 자제하며, 알게 모르게 덧입고 살아왔던 가식과 욕심의 헌 옷을 벗어 버리고, 대신 복음의 새 옷을 입음으로 영혼의 기쁨을 누리는 기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목사